문화이창호가 바꿔 버린 바둑 통념..

|2018.01.13 18:33|4|109
가끔 바둑에서 누가 가장 위대하냐는 질문이 올라오는데 대부분 이창호라고 답하거나 오청원, 이창호라고 하지요. 바둑에서 이창호가 왜 위대한지는 이창호 이후 바둑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면 되겠죠.

저도 바둑을 잘 두는게 아니라 수박 겉핥기 식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창호가 바꿔버린 바둑 패러다임입니다.


1. 바둑기사는 40대가 절정이다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해서 40대가 정점이라고 생각했죠. 면도날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카다 9단이 한 말일 거에요.

실제로 이창호가 등장할 당시만 해도 조훈현 임해봉 고바야시 조치훈 등 40대 기사들이 정상권에서 활약하고 있었죠. 심지어 1회 응씨배 4강에 올랐던 후지사와 9단은 당시 60대였습니다.

지금은 20대 초반이 전성기이고 30세만 되어도 전성기가 지난 노장기사에 속하죠.


2. 중앙은 계산할 수 없다

중앙은 집으로 만들기도 힘들고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중앙은 계산할 수 없다고 했죠. 그래서 고바야시, 조치훈 같은 실리바둑이 유행했죠.

그러다 이창호가 두터움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중앙을 중시하고

(이창호 이전에는 소목바둑이 유행하다 이창호 이후 화점바둑이 대세가 됨)

바둑 중반에 계산서를 뽑고 이기는 바둑(손해를 보더라도 변화여지를 없애버리며 반집 내지 한집반을 이김)으로 가니까 중앙도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3. 끝내기에서 뒤집을 수 없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끝내기는 내가 한 수 두면 상대도 거기에 상응하는 한 수를 두기 때문에 끝내기에서 뒤집을 수 없다고 생각했죠.

이런 모양에서 이 수를 두면 선수 몇집, 저 수는 후수 몇집.. 이런 식으로 기계적으로 외우고 반상에서 제일 큰 곳을 번갈아 두어 갔습니다.

그런데 이창호가 나오면서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집니다.
막판까지 유리했던 바둑이 뒤집혀 버립니다.

생각지 않았던 수순 차이로 한집 내지 두집이 생겨 버리는 거지요. 가장 공부할 것 없었던 끝내기가 정말 중요한 요소가 되어버린 겁니다.

그 이후 기사들 끝내기가 정밀해졌죠.


4. 반집은 운이다

이창호 이전에는 반집은 하늘의 운이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바둑 중반부터 정확히 계산해서 반집을 이겨내는 괴물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신산이지요.


5. 바둑은 예술이다

지금은 바둑을 정신스포츠로 보고 있지만 80년대까지는 일종의 예술 또는 수양을 닦는 도의 일종으로 생각했습니다.


6. 상대가 원하는대로 두어줘서는 이길 수 없다

손따라 두면 진다고 하죠. 이세돌은 상대의 의도를 거스르는 대표적 기사이고.

그런데 전성기 이창호는 상대가 원하는대로 두게 하면서 뚜벅뚜벅 느리게 가는데 어느새 바둑을 역전시켜 버립니다. 달리 중국에서 신으로 추앙받는게 아니죠.

그렇다고 이창호가 묘수를 못두는 기사가 아닙니다. 정말 필요할 때는 묘수로 상대의 급소를 끊어버리죠. 농심배 5연승으로 유명한 상하이 대첩 첫국에서 보여줬죠.


7. 마무리

현대 바둑의 포석을 개척한 기사는 오청원이고 끝내기를 개발한 기사는 이창호죠. 그런데 이창호는 끝내기만 잘한게 아니라 흐름을 바꿨죠.


소목과 실리 위주에서 화점과 두터움으로, 행마와 전투뿐 아니라 계산력이 갖추어져야 하는 바둑으로,

바둑의 전성기가 장년층 기사에서 소년 기사로, 예도에서 스포츠로, 초반과 중반위주의 바둑에서 끝내기까지 치열하게 가져가야 하는 바둑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죠.


덕분에 예전에 바둑기사들이 가졌던 낭만들이 사라졌으니 그게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요새 사람들이 바둑에 흥미를 잃어 가는게 조급한 특성 때문인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난해해 져서인지 모르겠습니다.
댓글
  • 바른미디어01-13 18:37

    좋은 글 추천합니다.

  • 4대천왕01-13 18:39

    중반 이후부터 계산의 영역으로 넣을 수 있게 한 게 이창호의 최대 영역인 것 같아요. 끝내기는 물론이고. 알파고가 이기는 바둑, 이기는 시점에서 무리를 안하듯이 이창호는 계산이 서는 바둑을 보여줬죠. 그전에도 종반에는 부자 몸조심을 했지만 이창호는 100여수 넘어가는 시점부터 판을 확신하고 이겨냈으니.

  • 첸졉01-13 18:39

    근데 끝내기를 지나치게 강조하는데 그시절이나 지금이나 끝내기 수순은 크게 달라진게 없습니다.



    이창호는 끝내기로 바둑의 신이 된게 아니라



    추상적으로 표현하던 형세판단을 정확한 숫자로 계산해서 입니다.



    즉 150수 진행된 상황에서 이후 끝내기 수순까지 계산을 한 정확한 형세판단력이 이창호의 장점이죠.



    이창호 이전의 기사들은 모호하게 좋다 나쁘다 정도로 표현했지만 (그래서 낙관파 비관파가 나온거구요)



    이창호는 오차범위가 1-2집 내에서 중반부터 정확한 형세판단을 했고



    그 계산력을 바탕으로 정밀한 끝내기 수순에 들어간거죠.

  • esteem01-13 18:39

    스타일도 획일화됐죠.

    이전에는 정말 개성이 많은 기사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다들 싸움도 잘하고 수읽기도 빠르고

    끝내기도 잘함.



    마치 최연성 이후의 테란들이 물량 운영 마이크로

    전부 웬만큼은 하는 것과 비슷.

  • 첸졉01-13 18:42

    이창호 이후의 기사들은 그 형세판단 + 계산력을 최우선순위 옵션으로 장착했기에



    바둑의 전성기 나이가 10대 20대 초반으로 내려온거구요.



    이세돌은 전성기 스타일만 보면 일종의 변종이죠.



    형세판단은 이창호보다 떨어지는데 바둑을 일부러 어렵게 꼬아서 상대를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스타일이구요.

  • 리베이트01-13 18:43

    그래서 바둑 역사 원탑이 이창호죠

  • 멋진인생!01-13 18:46

    맨날 신문에 나오면 반집승..

  • 물댄정원01-13 19:04

    esteem// 사실 일본기사지만 다케미야 9단 바둑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다시는 그런 기사가 안 나오겠지만요.

  • 물댄정원01-13 19:07

    첸졉// 공감합니다. 형세판단력이 이창호 최대 장점이었죠. 다만 절묘한 수순을 통해 끝내기에서 한집 또는 두집 이득보는 방법은 이창호가 보여줬죠. 조훈현이나 마샤오춘이나 중반까지 앞서다 끝내기에서 역전당한 바둑이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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